2009/05/05 01:31 :: 라멘
일본 최고의 번화가인 신주쿠는 하루 유동인구만 해도 어지간한 대도시 규모인데요. 이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음식점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하는 맛의 격전지이기도 합니다. 특히 라면의 경우는 요즘 워낙 유행인 탓도 있어서 신주쿠에만 수백개의 라면집이 모여 있습니다. 그 중에는 일본에서 내노라하는 체인점들의 본점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지금 소개하는 '멘야 무사시(麺屋武蔵)'라는 곳인데요. 이곳은 워낙에 유명한 탓에 맛 이전에 조금 심각한 문제가 있는 가게입니다.(그렇다고 맛이 있냐고 하면 그것도 좀...)
<라면요리왕(ラーメン発見伝)>이라는 만화를 보면 작중에 엄청나게 유명한 인기 라면집이 일부러 사람들을 1~2시간씩 줄을 서게 하면서 번호표도 나눠주지 않고, 체인점을 내도 똑같이 사람들을 줄서게 하는 서비스 최악의 가게를 비판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거기서 비판하는 가게가 바로 이 무사시인데요. 이곳은 길게 늘어선 행렬이 의도된 것이라서, 과연 제대로 평가를 해주어야 하는지가 좀 고민되는 그런 가게입니다.(라면 요리왕을 잘 보면 실제 라면 업계의 인물을 모델로 하거나, 실존하는 가게를 모델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라면을 조금만 먹고 다니는 사람이라도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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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아주 양호한편이다. 평소에는 기본적으로 밖에 선 줄만 이것의 2배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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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은 점포 안에 더 길게 늘어서 있다. 여기까지 오는데만 대략 1시간쯤 걸린다.
무사시의 가장 큰 문제는 손님을 무조건 기다리게 한다는데 있습니다. 기본이 1시간이고, 조금만 늦어지면 2시간입니다. 그런데 이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죠. 무사시 내부에 들어가보면 좌석은 20석 정도 되는데, 이게 전부 카운터석입니다. 테이블은 전혀 없는데요. 그렇다고 점포 내부가 좁은 것도 아닙니다. 주방 공간이 카운터석들이 차지하는 공간의 몇 배는 더 큽니다. 여기서 홀에서 보이는 것만 보통 6명이 일을 하고, 내부에는 몇 명이 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곳 간판 메뉴인 무사시라멘(미소라멘)의 가격이 1,000엔이나 하기 때문에 수지가 안 맞거나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 정도 규모의 가게면 내부를 개조해서 테이블 좌석을 놓아서 한 번에 회전되는 손님을 40명 정도로 늘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라면 자체도 거의 기다림 없이 나오기 때문에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요.
정 그게 싫다면 최소한 번호표라도 나눠주던가, 구마모토에 있는 코루마사키 같은 곳처럼 줄 서는 곳에 '여기서부터 몇 분 걸립니다'라는 안내판이라도 붙여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배려가 전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래 줄을 서는 점포들을 갖고 있는 세타가야계 라면집들이 하는 것과는 너무 다르다고 할까요? 그럼에도 각종 라면 소개지에는 '서비스 평가'가 90점 이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전혀 공정하게 평가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그럼 그렇다고 맛이 정말 2시간을 기다려서 먹을 만큼 극상이냐고 하면, 그것도 딱히 OK라고 하기는 좀 힘들다는 게 '멘야 무사시'의 문제입니다. 이제부터 좀 더 깊게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수프
무사시의 수프는 꽁치를 우려낸 수프에 돈코츠 수프를 혼합한 돈코츠어계수프입니다. 돈코츠어계수프를 유행시키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곳 중 하나가 무사시인 만큼 그 기본 베이스는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면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가장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는 '무사시라멘'의 경우는 위의 돈코츠어계수프에 미소를 넣어서 만든 미소시루라멘입니다.
일단 이곳 라면은 어느 걸 시켜도 모두 굉장히 짭니다. 어떨 때는 거의 소금물을 마시는 것처럼 짠맛을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국물을 단 한숟가락 먹고도 물이 마시고 싶어 질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짠 수프인데도 기름기는 정말 끝내주게 심합니다. 그 기름기도 맛을 내기 위해서 의도된 걸쭉한 기름죽의 느낌이 아니라 그냥 식용유가 국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줍니다.
국물의 맛은 분명 꽁치와 돈코츠를 혼합했으니 꽁치와 돈코츠가 어우러진 맛이 나야 하는데요. 전혀 그 맛은 나지 않고 간장과 기름으로 졸인 챠슈를 물에 푼 것 같은 맛에 미소의 짠맛이 곁들여진 맛밖에 나지 않습니다. 쇼유라멘을 시켜먹으면 수프에서 간장맛 말고는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맛을 좀 정확하게 비유를 해보자면 닛신 치킨라멘 국물을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렇다고 해서 양이 많은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양도 아주 적어서 오오모리(곱배기)를 시켰을 경우 좀 많이 주는 곳의 보통보다도 적게 나오는 느낌입니다. 그나마 양이 적으니까 괜찮지 양마저 많으면 정말 먹기 괴로운 수프죠. 얼마나 기름기가 심한가는 직접 먹어보면 아는데요. 이걸 먹고 설사는 거의 기본이라고 할까요?
면
가게 내부에 들어가면 직원이 마치 검술을 하듯이 기합을 넣으면서 물빼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게 퍼포먼스로는 꽤 재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면이 맛이 있느냐고 하면 이것도 YES라고 대답하기가 좀 애매하다는데 있습니다.
이곳 면은 중간 굵기의 태면에 스트레이트 타입인데요. 쫄깃함보다는 탱탱한 식감을 추구하는 면입니다. 드셔보시면 그 느낌이 조금 면발이 가는 우동처럼 느껴질 겁니다. 그나마 이곳 수프가 기름기가 많고 짠맛이기 때문에 태면으로 어느 정도 기름기나 짠맛이 상쇄가 됩니다. 하지만 이 면 그 자체로 과연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이곳의 면은 라멘지로나 라멘나기 같은 곳에는 견줄 수도 없고, 어지간한 레토르토 생면 수준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코 맛있다고 할 수 없는 면인 것이죠.
토핑
이곳의 토핑은 김, 멘마, 아지츠케타마고(조림 달걀), 챠슈가 전부인데요. 멘마는 정말 평범하고, 김도 맛은 있지만 딱히 감동을 줄만한 재료는 아닙니다. 계란도 지극히 평범합니다. 다만 이곳의 챠슈만큼은 정말 극상품으로 평가할 수 있을만큼 맛있습니다. 챠슈는 기름진 부분이 잔뜩 붙어 있음에도 담백한 맛을 내는데요. 챠슈가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수프의 느끼함을 상쇄해 줄 수 있을 만큼 맛이 진하고 담백합니다. 챠슈의 맛도 좋지만 크기도 사람 손가락 3개 정도 굵기인 것이 2개 들어 있으니, 챠슈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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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에는 고추장을 놓아두었다. 왜 이게 있는지는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테이블 위에 보면 짠맛을 낼만한 절임이 전혀 없다는 걸 눈치챌 수 있습니다. 대신 고추장이 놓여 있는데요. 이 고추장이 일본 치고는 굉장히 매운 고추장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해보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라면에 이 고추장을 넣어 먹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수프가 심하게 기름기가 많다는 이야기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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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다 먹긴 했습니다만...올 때마다 다 먹기가 참 괴로운...-_-
이곳 라면은 솔직히 맛있다고 하기가 힘듭니다. 1~2시간씩 줄을 서서 먹을만한 가치는 없는 곳입니다. 맛도 갈 때마다 변하는데 어떨 때는 컵라면보다도 맛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곳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면서 체인점을 문어발처럼 늘려나갈 수 있었던 것은 다분히 마케팅의 영향이 큽니다.
무사시는 기간한정 라멘 등을 수시로 만드는데요. 이것이 상당히 신선한 아이디어였습니다. 계절한정 라면, 시간 한정 라면, 이벤트 한정 라면 등등 수없이 많은 한정 라면을 만들어냈고, 이런 걸 바탕으로 화제성을 불러서 언론에 많이 노출이 되었죠. 그렇게 생긴 유명세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오게 되고, 줄을 많이 서게 되니까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고...그것이 반복되어 오늘에 이른 것인데요. 처음에는 분명 맛있는 가게였지만 지금은 좀...가격도 비싸고 말이죠.
일본 맛집을 소개하는 책자를 볼 때는 조금 조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일단 한국에 발매된 일본 맛집 등을 소개하는 대부분의 책은 일본 서적을 번역한 것이거나, 일본 서적의 내용을 긁어서 카피해 내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것이 결코 최신정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또, 일본 내의 구루메 서적들도 정보가 잘 정리된 무크지들은 친한 업소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고, 댓가를 받고 순위를 올려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무크지의 순위는 거의 믿을만한 정보가 되지 못합니다.(가게의 위치나 찾아가는 방법을 가이드 받는데는 아주 좋습니다.) 맛에 대한 평가로 가장 확실한 건 일본의 라면 마니아가 쓴 핸드북들입니다. 저자 개인의 주관이 많이 반영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어주고 댓가를 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이런 책을 서로 다른 저자가 쓴 책으로 2권 정도 갖고 맛있는 라면집을 찾아보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갔을 때 줄 선 사람의 절반이 중국인, 한국인, 서양인 등의 관광객이었습니다. 분명 소개된 책자를 보고 왔을텐데요. 이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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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무사시의 간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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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그저 그렇지만, 퍼포먼스는 꽤나 재미있다. 그냥 공연 보러 온 기분으로 앉아 있으면 조금 위로가 될지도...
멘야 무사시(麺屋武蔵) 신주쿠 총본점
주소: 도쿄 신주쿠구 니시신주쿠(東京都新宿区西新宿) 7-2-6 K-1빌딩(K-1ビル) 1F
전화번호: 03-3363-4634
영업시간: 평일 11:30~15:30, 16:30~21:30
일요일 11:00~19:00
정기휴일: 없음
좌석수: 19석
교통편: JR, 도쿄메트로, 세이부신주쿠센 기타 등등 신주쿠역
홈페이지: http://www.m63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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