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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生)맥주'라는 표현, 궁금하게 생각해보신 적은 없습니까? '생(生)'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무엇이 살아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정말로 생맥주는 더 맛있는 것일까요?

 

맥주는 효모를 이용해 맥아를 발효시켜서 만든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보리를 발효하는데 사용하는 효모균은 사실 맥주가 다 완성된 뒤에는 더 이상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면 더 이상 발효가 되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맥주 양조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는 발효에 사용된 효모균을 제거해야만 합니다.

이 효모균을 제거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열을 사용해서 효모균을 모두 죽이는 방법입니다. 이것이 '열처리 맥주'라고 불리는 것들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맥주를 가열하지 않고 여과장치를 이용해 효모균을 걸러내는 방법있습니다. 이것이 draft beer(draught beer) 혹은 tap beer라고 불리는 것으로 흔히 말하는 '생맥주'입니다. 그러니까 열처리 맥주가 여과 방식 맥주보다 맛이 떨어진다는 것은 진실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도대체 왜 '생(生)맥주'일까요? 이것은 일본의 표현을 그대로 수입했기 때문인데요. 生이라는 한자에는 크게 3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살아 있다'라는 의미로 '生き', '태어나다'는 의미로 '生まれ', '날것이다'는 의미로 '生(なま)'인데요. 한국에서도 生이라는 한자는 대게 그 3가지 의미로 쓰이죠. 그런데 이 생맥주의 生은 '날것이다'는 의미의 生으로 쓰입니다. 날것과 날것이 아닌 것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입니까? 익혔느냐 안 익혔느냐의 차이잖습니까. 그래서 '생(生)맥주'란 일본식 표현으로 '안 익힌 맥주'라는 의미인 것이죠. 특별히 맥주의 품격을 구분하는 용어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거, 그러니까 60~70년대만 하더라도 열처리 기술과 여과 기술 그리고 운반 기술 등은 그렇게 고도로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냉동 화물차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후반의 일이니까요.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에는 열처리 과정에서 일정한 온도로 정해진 시간 안에 효모균을 제거하는 기술이 떨어졌기 때문에 열처리를 통해 효모를 제거한 맥주의 맛은 일정하지가 못했습니다. 그에 비해서 여과 방식의 맥주는 언제나 일정한 맛을 낼 수 있었는데요. 그 대신 여과 기술이 떨어져서 효모를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했고, 여과 시설의 위생 상태도 좋지 못했기 때문에 여과 방식의 맥주는 유통 기한이 매우 짧았고, 냉동차 등이 보편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장거리 운송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열처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면서 열처리 맥주도 항상 일정한 맛을 낼 수 있게 됩니다. 여과 기술도 크게 발전하고 법 규제가 강화되면서 위생 상태도 좋아집니다. 이렇게 되면서 여과 방식으로도 효모균을 거의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냉동차의 도입으로 인해 여과 방식으로 만들어진 병맥주와 캔맥주를 전국 어디에나(더 나아가 전세계 어디에나) 배달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生이란 '살아 있다'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에 生이 아닌 것과 심리적인 차이점이 매우 컸습니다. 이 때문에 맥주 제조사들은 여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draft beer의 생산을 선호하게 되었고, 현재 일본의 경우는 병맥주와 캔맥주 대부분이 여과 방식 처리 맥주, 즉 '생맥주'인 것입니다. 호프집에서 맥주 기계로 500cc 글래스에 뽑아 주는 걸 생맥주라고 하는 게 아니란 이야기죠. 결국 맥주 브랜드가 똑같다면 맥주 서버에서 나오는 것이건 병맥주건 캔맥주건 그 내용물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것입니다.

 

그럼 "생맥주와 캔맥주, 병맥주의 맛의 차이는 대체 뭐냐?"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건 열처리 방식에 의한 맛의 차이와는 조금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

캔맥주가 생맥주와 맛이 다른 가장 큰 이유는 한국사람 대부분이 캔맥주를 컵에 따라 마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맥주는 컵에 따를 때 유입되는 공기와 이를 통해 생성되는 거품이 맛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칩니다. 맥주를 컵에 따르는 과정에서 맥주도 와인처럼 약간의 숙성이 일어나고, 캔에 쌓여 있던 이산화탄소 가스가 빠져 나갑니다. 그리고 거품층이 형성되면서 이 거품층이 탄산의 유출을 막고 산화를 막기 때문에 일정한 맛을 유지하며 마실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캔을 그대로 마시게 되면 이러한 맛을 느끼기가 매우 힘듭니다.

물론 '코로나'나 '아사히 슈퍼드라이' 같은 옅은 맛과 라이트한 보디에 향보다는 강한 탄산에 의한 청량감을 중시하는 맥주들은 포장 용기에 들어 있는 그대로 마셔도 맛에 큰 차이가 없는 편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스타일을 불문하고(필스너건 엘이건 스타우트건) 포장 용기에 들어있는 상태로 마시는 것보다는 차갑게 식힌 컵에 따라 마시는 것이 훨씬 맛있습니다.

 

 

 

그럼 병맥주는 컵에 따라 마시는데도 왜 생맥주와 맛이 다르냐고요? 이건 순전히 유통 과정의 문제인데요. 한국의 주점들에서 병맥주를 어떻게 보관하고 있는가를 한 번 유심히 살펴보세요. 당장 판매하는 것은 냉장고에 들어 있습니다만, 재고들은 야외에 아무런 시설도 없이 쌓여 있습니다. 맥주를 그렇게 보관하면 산화가 일어나서 맛이 저하됩니다.(한국 맥주가 결코 일본 맥주보다 양조 기술이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유통과 관리의 차이죠.-_-) 그리고 더 결정적으로 대부분의 주점이 생산된지 상당히 오래된 맥주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병맥주라고 할지라도 일반적인 유통 기간은 3개월 정도입니다. 3개월이 지나면 맥주의 맛이 크게 저하됩니다. 한국의 주점들처럼 관리할 경우 맥주의 맛이 유지될 수 있는 건 길어야 1개월 정도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주점에 들어온 맥주는 생산되고 1개월이 지난 것은 모두 반품을 해야만 맛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적인 현실에서 이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병맥주보다는 캔맥주 쪽이 오히려 더 낫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캔맥주는 그나마 제품의 회전 주기가 짧아서 비교적 생산된지 오래되지 않는 제품을 손에 넣기가 쉽습니다.)

 

자아 여러분!

맥주는 무조건 컵에 따라 드십시오. 맥주를 컵에 따라 마시지 않는 것은 맥주의 맛을 포기하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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