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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이어서, 이번에는 사와와 하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일본을 여행하다가 술집에 들어가면 'XX사와(XXサワ)'나 'XX하이(XXハイ)' 등의 정체불명의 술을 보게 되는데요. 일단 마셔본 분들은 이것이 칵테일의 종류라는 것을 짐작하게 됩니다. 그럼 이 사와와 하이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사와(サワ)'는 sour의 일본식 발음으로 원래의 용어가 갖고 있는 의미대로 증류주(주로 보드카)에 쥬스를 섞은 것을 의미합니다. 사와는 1960년대 도쿄 나카메구로에 있던 '반'이라는 술집에서 돈이 없어서 아무 맛이 안 느껴지는 갑종소주(화학소주)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더 값싸고 맛있게 술을 마시게 하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어낸 칵테일에서 유래했습니다.(한국에서도 90년대 유행했던 레몬 소주 등이 바로 이런 사와인 셈이죠.) 처음에 이 가게에서 선보인 것이 '레몬 사와'였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서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고 합니다.(반은 2004년 나카메구로 재개발로 폐점했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사와는 본래 증류주(소주나 보드카)에 쥬스와 설탕을 섞은 것을 말합니다.

 

'하이(ハイ)'는 아래 포스팅의 덧글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Highball의 줄임말입니다. Highball이란 위스키에 소다수를 섞은 칵테일을 말하죠. 일본에서는 위스키 대신에 갑종소주를 섞어서 만들기 때문에 '소주 하이볼'이 되는 것이고, 이것을 줄여서 '츄하이'라고 부릅니다.

1940년대 일본은 전쟁에 지고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모든 종류의 물자가 부족했고, 특히 술의 부족은 매우 심각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에는 메틸알코올을 희석한 '폭탄'이라는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그러나 메틸알코올은 냄새가 심해서 폭탄은 굉장히 마시기 힘들고 독한 술이었고, 이 폭탄을 마시기 쉽게 하기 위해 고안한 아이디어가 폭탄에 소다수를 섞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메틸알코올을 희석한 술에 소다수를 넣고 여기에 값싸게 구할 수 있는 매실이나 포도를 넣은 뒤 설탕을 넣은 것을 '소츄하이'라고 불렀습니다. 이것이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이(ハイ)'의 정체입니다.

 

그런데 1980년대에 소츄하이 붐이 불고, 1983년에는 알루미늄 캔에 들어간 제품까지 나오게 되면서 사와에도 더 마시기 쉽게 소다수를 섞게 되는데요. 이렇게 되면서 사실상 사와와 하이는 똑같은 종류의 술이 되어버립니다. 어느쪽이던 결국은 '갑종소주 + 과즙 + 설탕 + 소다수'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물론 사와의 경우 아직도 보드카를 사용하는 주점이 있기는 하지만, 상품화 된 것들은 결과적으로 제법이 동일합니다.)

 

그러니까 사와와 하이는 그 유래가 전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는 같은 술이 되어버렸다고 이해하시면 쉽겠습니다. 어느 쪽이건 값싸게 맛있는 술을 마시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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